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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인 생각과 일기.


 인터넷을 어느정도 접한 세대라면 '중2병' 이라는 단어를 접한 적이 있을것이다.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빗댄 언어로, 자아 형성 과정에서 ‘자신은 남과 다르다’ 혹은 ‘남보다 우월하다’ 등의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얕잡아 일컫는 인터넷 속어"

 그래, 보편적으로 보기 힘든 오글거린다, 허세가 있다 싶으면 중2병이라 부른다.



 나는 중학교 2학년의 시기가 아닌 고등학교 2학년의 시기부터 사춘기를 보냈으니 고2병 이라고 하고싶다.

 가끔 그 때의 내가 그립다.



 그 당시의 나는 우울했고 무척이나 감상적이었으며 많은 시간을 생각하며 지냈다.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 라는 생각은 '우월하다'가 아닌 '비참하다'라는 생각으로 흘러 더욱 깊은 자괴감으로 빠져들었다.

 용돈을 벌기 위해 했던 한가한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는 나에게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을 차고 넘치도록 주었다.

 

 나는 아주 가끔 일기를 쓴다.

 지금이야 이렇게 무방비하고 허술하게 인터넷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느 때에는 종이에, 또 어느 때에는 메뉴조차 보이지 않는 게시판의 비밀 글 속에 일기를 써왔다.

 훗날의 나에게 남기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정말 힘들어 견디기 어려웠던 시절부터 미묘하게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길지 않은 그러나 소중한 기억이다.

 

 고교 시절이 씨앗이 뿌려진 봄이었다면, 군 시절은 그 열매가 익어가는 가을이었다.

 22시 소등 후 몇시간이나 잠 못들고 고민했고, 너무나 무서웠던 선임들을 피해 일기를 쓰곤 했다.

 생각 할 수 있는 모자라다고 하면 이상한가? 나는 그랬다.

 고교 시절 몇 시간이나 사색에 잠겨 쓰여진 일기가 네, 다섯 줄 이었다.

 그 순간의 내가 가장 명료한 어휘로 표현 될 수 있게 혼신을 다했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모든 것들, 이상한 문법도, 단어도 하나 버리지 않고 모두 담아놓았다.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도 펜 소리를 죽여가며 쓴 글들은 다시 읽기도 난해하다.


 
 전역을 하며 스스로를 수확해나갈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9개월이 흐른 지금 그 열매는 썩었음을 알아차린다. (썩기 직전이라고 쓰고 다시 고친 내 자신이 또 다시 부끄럽다.)

 괴로움이 없고, 부족함이 없어, 자아성찰과 반성이 없으며 스스로 타협해버리고 만다.

 너무나 안락하고 편안하여 나태하게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이다.


 
 - - - - -

 마지막으로 읽은 책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이 정도까지 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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